고운이슬모아

천경자, 1981 <장미와 여인>

바다02874765 2020. 2. 24. 22:00





천경자(천옥자,1924-2015) 장미와여인 1981



화가 천경자는
가까이 갈 수도 없고
멀리 갈 수도 없고
매일 만나다시피했던 명동시절이나
이십년 넘게 만나지 못하는 지금이나
거리는 멀어지지도
가까와지지도 않았다
대담한 의상 걸친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허기도 탐욕도 아닌 원색을 느낀다
어딘지 나른해 뵈지만
분명하지 않을 때는 없었고
그의 언어를 시적이라 한다면 속된 표현
아찔하게 감각적이다
마음만큼 행동하는 그는
들쑥날쑥
 매끄러운 사람들 속에서
세월의 찬 바람을 더욱 배웠을 것이다
꿈은 화폭에 있고
시름은 담배에 있고
용기있는 자유주의자
정직한 생애
그러나
그는 좀 고약한 예술가다

- 박경리 시인-